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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1 무너진건 한국의 자존심. 그리고 위기대처 시스템

무너진건 한국의 자존심. 그리고 위기대처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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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졌습니다.
저는 숭례문이라는 말보다 남대문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한 세대 입니다.
남대문이 불에타 무너진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많은 이야기와 반성과 격분이 넘치고 있습니다.
무너진게 어디 국보 1호 뿐이겠습니까?
저는 이번 일을 보면서 각각의 위치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일요일 새벽을 꼬박 뜬눈으로 새웠을 소방관, 경찰관, 그리고 여러 관계자들.
그들이 지금 최전방에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나무는 이번 일의 결과가 된 중요한 계기를 [시스템과 메뉴얼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만큼 위기대처 메뉴얼이 잘 되어 있는 조직이 없습니다.
군대를 가도 FTX, 타임테이블, 매트릭스 수도없이 만들고 각 조직마다 특정 상황에 대한 대처 메뉴얼.
비상연락망, 상황전파체계등 수없이 많은 계획들이 있습니다.
남대문이 무너지는걸 보면서 자존심이 상한 첫번째 이유는 이러한 메뉴얼이 단지 메뉴얼일 뿐이었다는걸
다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실제 제품 사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는 [사용설명서]처럼 우리의 위기대처 메뉴얼은 정작
위기시에 그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각각의 메뉴얼은 특정 상황에 대한 각 부서, 개인의 임무가 구분되어 있고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종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때 최대한의 성과를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메뉴얼의 최대 약점은 각 부서, 개인중 한곳에서 자신의 임무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수행되지 않는경우 전체적인 시스템의 진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소방관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불을 끄는 것입니다.
문화재청 관계자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문화재를 관리/보존하는 것입니다.
이 두곳의 임무는 이번과 같은 상황시 서로 극명하게 대치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계획이 계획만 그럴듯할뿐 실제로 보면 대단히 비능률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소화전앞에 자동차를 세우면 구청에서 와서 벌금고지서를 발부합니다.
그게 공권력입니까?
이것은 소화전앞에 주차금지구역을 설정한 이유가 단속을 위한 것밖에 안됩니다.
얼마전 미국의 다큐멘터리를 보니 물론 단속도 합니다만 막상 소화전을 사용할때가 되니 주차된 차량의
운전석, 조수석문을 관통하여 소방 호수를 연결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운전자 휴대폰 하고 주차된 차가 이동할때까지 기다리거나 소방호수를 다른곳으로 돌려
화재현장으로 접근했을 것입니다.
고작 1미터를 아끼기 위해 거침없이 주차된 차량의 유리를 관통하는 행위. 이것이 공권력입니다.
나중에 그 소방관은 이런말을 합니다.
[내가 소화하러 갔을때 1미터가 모자라 불을 끄는데 지체가 되는게 더 큰 손해다]
조직원의 이런 권한과 자신감을 주는게 공권력이라는 것이죠.
막상 줄 딱 그어놓고 차대면 안돼..이런 상황에서 주차된 자동차 때문에 불을 못껐다는 ..이른바 공권력의
무기력함을 시민의식의 부재로 떠넘기는..이런 공권력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란 말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결과에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말 그대로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국보 1호가 다섯시간동안 불에 타다 사라지는 대한민국.
계획은 현실적이고 시행 가능하게. 그리고 그 계획이 사람의 생과사를 가르거나 막대한 재산피해나
국민적 허탈감을 불러올만한 건에 대해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소 무모해 보이더라도 최대한
능률우선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기왕에 만들어진 조직들이고 공무원 집단들이니 일 터질때마다 이부서, 저부서 간보듯이 달려드는
계획만 번지르르한 [총동원 ***계획]..요런 웃기는 제목들에 이젠 불안감이 든다는 것입니다.

경험과 실패를 통해 무언가 배워야 한다면 당연히 보다 쉽고, 능률적으로 실패했던 일을 성공하도록 하는것을
배워야 할것입니다.
그것이 각각의 위치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고도 욕을 먹어야 하는 최일선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고.
그것이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해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한국의 위기대처 시스템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값비싼
계기로 만드는 것입니다.
나무는 우리 사회가, 여러 조직들이 보다 보여주기위한, 명분을 위한 계획보다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정말 우선되는 일이 무엇이고 그것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할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국가적 위기대처 시스템이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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